부귀영화

Alex Ahn
4 min readSep 17, 2020

내가 도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먼 미국땅에서 이렇게 고생을 하나..

자주 하던 말이지.

사실 이 말에는 모순이 있다. 실제로 그렇게 고생을 하지는 않거든. 뭐 적어도 배는 부르고 등은 따시게 살고 있으니까. 사실은 훨씬 더 잘 산다, 나름 럭셔리하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 한마디에 주변인들은 공감을 하곤 하지. 그 이유는 하나다. 쓸쓸함.

주로 이런 생각은 별것도 아닌 인스타그램 사진 한 장에서 비롯 되는것 같다, 아니면 흔한 예능 한편에서. 별것도 아닌 친구들끼리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 하는 장면. 그 장면 하나에 담긴 가족과 친구들과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벅차 오르면서, 외진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것 같은 내 상황이 비교가 된 달까. 이국 땅에서 나와는 다른 사람들과 학교나 일터에서 어쩔수 없이 경쟁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지쳐있는 나의 모습을 보기 쉽다. 물론 이 같은 설움은 한국에서도 누구나 겪는 일이겠지만, 가족이 바로 옆에 없다는게 가장 큰 마음의 빈자리일까? 아니면 친구들? 모르겠지만 여기선 알 수 없는 항상 큰 공허함이 느껴지곤 했다. 소중한 이들과 소중한 것들이 옆에 없다는 쓸쓸함.

그래도 이 정도면 잘 살고 있지.

공허함의 끝은 언제나 자기 위로다. 뭐 나름 잘 살고 있긴 하니까. 갖고 싶었던 물건들은 아마존에서 클릭 한번이면 다음날 집에 도착해 있고, 맛있는 음식을 곁들여 값 비싼 위스키나 와인들을 마시고, 그 맛을 음미하면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공교롭게도 이 글 을 쓰고 있는 오늘은 나의 생일이다. 부모님과 조부모님께 다시 한 번 영상통화로 감사인사를 드리고, 동생과 친구에게도 전화를 걸어 간만에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냥 그러고 싶어서. 그리고 그래서 좋았어. 혼자 눈 앞에 있는 위스키도 많이 먹긴 했지만, 오늘은 왠지 이 글을 일기처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나는 감사하게도, 감사한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몸은 멀어도 생일이라고 축하해주고 같이 떠들며 웃어주는 가족들, 같이 즐거운 하루를 보내자고 선뜻 평일에도 시간을 허락해준 친구들, 생일이라고 축하 메세지를 남겨주는 전해주는 이들 모두 사실은 나에게는 과분한 행복 아닐까? 사실 생일이 뭐라고 그리 대단한 날도 아닌데, 나름 “탄신일”이라고 일컬어 주는것도 마냥 감사하다. 그래 이 정도면 잘 살았네. 생각해보면 매 생일날 그렇게 생각했던것 같아. 그냥 아주 아주 감사한 마음. 내 인생에 곁에서 딱히 대단하지 않은 나와 같이 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내 인생 목표는 행복이다. 나는 삶에 대한 진리는 행복이라는 말을 믿는다. 행복은 사실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라는 것도 믿고.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감사함을 잃게 되는 일들이 많다. 일에 치여서, 사람에 치여서, 스스로에게 실망해서, 연인에게 상처받아서. 하지만 이 모든일들 속에서도 삶에 감사해야할 일들은 분명히 존재하고, 그 일들로 인해 우리는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괜히 나는 우울할 때면 나는 친한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에게 있어서 위로가 되는 존재이고 감사한 사람들이기에 나의 행복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거든.

그래서 다시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나는 무슨 부귀영화를 꿈꾸나?

부귀영화. 사실 이 말 뜻도 정확히 잘 몰라서 방금 찾아봤다.

부귀’는재산이 많고 지위가 높다는 뜻이에요. ‘영화’는 몸이 귀하게 되어 이름이 세상에 빛난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재산이 많고 지위가 높으며 귀하게 되어 온갖 영광을 누리는 것을 ‘부귀영화’라고 해요

읽어보니까 난 확실히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이 땅에 남아 있는게 맞긴 하네.

하지만 나는 부귀영화를 원하기보다 내 삶에 행복을 원한다.

나에게 있어 인생의 행복은 “감사함” 이다. 내 가족, 내 친구, 내 동료, 내 연인 등 나와 같이 삶을 함께 일궈주는 내 주변사람들에 대한 감사함. 물론 내게 있어 삶에 대한 모든 것들이 “천운" 인 것도 알고 있기에 더욱더 감사한 마음. 감사하기에 행복한 삶.

부귀영화 좋지. 근데 그건 그저 수단 일 뿐. 나는 그저 내 부귀영화를 나의 인생을 함께해준 이들에게 감사함을 표하고자 되돌려주고 배풀고 싶을뿐이다. 뭐, 가끔은 나 자신에게도 그렇긴 하지만.

내 삶의 행복을 위해 살자, 감사하는 마음으로.

모두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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